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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책

길 위의 책 #12 - 평화는 언제 다시 흐를까

길위의꿈 0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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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저자 : 진천규

출판사 : 타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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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언제 다시 흐를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의 경계선을 자유로이 오갈 때, 맑게 갠 백두산 천지에서 남과 북의 고위급 인문들이 서로 환하게 웃을 때, 평화는 벌써 한강이 되고, 대동강이 되어 한반도를 관통하며 시원하게 흐르는 듯했다.

 

그러나 분단 73년의 벽은 높았다. 지난 1년 동안 몇 차례의 만남으로 쌓은 신뢰는 분명 유례 없는 진전이었으나, 그 1년 외의 시간 동안 북한이 국제사회와 우리 시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신뢰나, 평화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9년 간의 보수정부 아래서 북한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으로 유통되었고,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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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에 찾아든 평화의 봄은 평양의 거리를 채운 살구꽃 만큼이나 두근거렸었는데...(사진 = 본문 51p)

 

 

나는 공교롭게도 그 보수정부의 군 장교로 북한에 대한 적개심 고취를 목적으로 하는 정신교육 수업을 오랜 기간 담당했고, 그 덕분에 일반인들보다는 북한사회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자유롭게 취득할 수 있었다. 북한이 곧 붕괴될 것처럼 정치적 선전을 하던 당시에도 나는 실제로는 북한의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쿠데타에 의한 북한 붕괴론을 주장하던 측의 생각과는 달리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권력 이양도 비교적 순조롭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시 정신교육 수업에서 교관이 장병들에게 그런 사실을 말하는 것은 당연히 금기였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던 나는 당시 좀 엉뚱한 교관이 되는 쪽을 선택했다. 대적관 교육 시간에 한국사나, 세계사 교육을 하거나, 갑자기 인생 상담을 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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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경제는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성장하고 있었다 (사진 = 본문 251p, 67p)

 

 

금강산 관광이 잠시 자유로웠던 시대에 대학생이었던 나는, 늘 다음 방학에는 꼭 금강산에 가야지 하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는 했었다. 그러나 정작 금강산에 갈 수 있을 목돈이 생겼을 때, 북으로의 길은 어느 날 갑자기 쾅! 하고 닫히고 말았다. 남북 경협의 마지막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하루아침에 폐쇄되고 말았을 때는, 결국 내 세대가 동아시아에서 21세기 최초의 전쟁 세대가 되고 말겠구나 싶었다. 내가 그 생각을 떠올린 것이 불과 3년 전이었고, 집무실에 놓인 핵단추의 크기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대통령이 으르렁거리던 것이 바로 작년 1월의 일이었다.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를 쓴 진천규 기자는 바로 그 첨예한 시기에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평양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기자라는 특수한 신분 덕인지, 아무런 검열 없이 자유롭게 평양의 거리와 시민들을 찍고, 인터뷰했다. - 진천규 기자가 받은 주의사항은 다음 세 가지였다고 한다. 1. 지도자동지의 동상이나 사진은 온전한 모습으로 찍어줄 것. 2. 건설노동을 하는 군인을 찍지 말아줄 것. 3. 남루한 차림의 등이 굽은 노인들만 찍지 말 것 - ‘서울불바다’ 운운하는 말이 떠돌 때도 침착하게 일상을 영위했던 서울의 시민들처럼, 평양의 시민들도 미대통령의 협박에 아랑곳없이 침착한 일상을 지키고 있었다.

 

아침이면 대동강에 강아지와 함께 조깅을 하는 사람들, 스마트폰으로 공원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연인들, 식사권으로 유명 음식점에서 스파게티와 랭면을 즐기는 가족들, 주말이면 공연장에 모여드는 문화인들, 교복을 입고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며 등교하는 학생들까지. 과연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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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의 일상 (사진 = 본문 72~75, 187, 260p)

 

 

진천규 기자가 평양을 활보하며 찍은 사진들 속에는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혹은 상상하려 하지 않았던 평양의 일상들이 포착되어 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북한의 선전선동술에 넘어간 종북기자의 파렴치한 반국가 행위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강산의 시대를 아깝게 놓쳐버린 나로서는 진천규 기자의 말을 믿고 싶어진다. 평양과 서울의 시간이 함께 흐르고 있다고, 머지않은 미래에 곧 평화도 다시 시원하게 흐르게 되리라고 기대하고 싶어진다. 그리하여 2020년이나 2021년 즈음에는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어느 한 봉우리 끝에라도 우뚝 서있었으면 싶다.

 

2019. 1. 8. 여행인문학도서관 길 위의 꿈 도서관지기 장명진.

 

 *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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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빛이 하나도 없는 평양의 위성 사진은 오랜 세월 군인들의 정신교육 자료였다 (사진 = 본문 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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