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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책

길 위의 책 #13 - 위험한 이란의 위험하지 않은 이야기들

길위의꿈 2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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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오! 이런, 이란>

저자 : 최승아

출판사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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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이란의 위험하지 않은 이야기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 가지의 핵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세계를 흔들고 있다. 하나는 자국의 핵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북한의 핵이다. 나머지 또 하나의 핵은 바로 이란의 핵이다. 

 

미국의 전임 정권이었던 오바마 정부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고, 국제 공조 하에서 25년간 면밀히 감시하도록 하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라는 이름의 국제합의를 2015년 7월에 체결했다. 2017년 1월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가 잘못된 합의라고 지적해왔다. 급기야 최근에는 이란이 재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전쟁으로 댓가를 치르리라고 으름장을 놓기에 이르렀다. 북한에게는 유화적으로, 이란에게는 강압적으로 굴며 세계를 무대로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는 트럼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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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과 미국의 갈등은 복잡하고 깊다

 

 

이런 국제 정세 탓에 ‘이란’의 국내 이미지는 더욱 나빠지고 있는 추세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교의 위치에 있는 한반도의 7배 크기, 인구 8천만의 대국 이란은 그곳에 거주하는 여성들처럼 차도르나 히잡을 두르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이란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한다. 이란에 대한 우리의 인상은 중동지역의 이슬람 국가, 축구 경기에서 아시아 지역 라이벌 국가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이란과 우리의 인연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2010년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이란의 중세 서사시 <쿠쉬나메> 속에는 삼국시대의 신라와 이란 사이를 넘나드는 러브스토리가 기록되어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팔레비 왕조 시절에는 서로 수도의 이름을 딴 거리를 각자의 수도(서울에는 ‘테헤란’로가,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다)에 두기도 했을 정도로 양국의 우호는 돈독했다. 혁명 이후 심리적 거리감은 다소 벌어졌으나, 경제 교류는 끊이지 않고 발전해왔다. 우리나라가 이란의 4대 핵심 교역국 중 하나일 정도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문화적 교류도 회복되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은 이란에서 90%의 시청률을 달성했다. 10%는 티비를 시청하지 않는 층이라고 하니, 모든 이란 국민들이 <대장금>을 시청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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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비 왕조 시절의 이란과 이슬람 혁명 후의 이란은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극명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전쟁, 핵무기, 종교분쟁, 수니파와 시아파, 낙후된 여성인권 등의 제목으로 대부분 마주하게 되는 이란과의 이토록 오래된 인연을 나는 영영 모르고 살 뻔했다. 현재 이란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는 최승아 씨가 지은 <오! 이런, 이란>을 읽지 못했다면 말이다. 과거, 최승아 씨는 이란 내의 한국 기업에 취직하게 된 인연으로 이란에서 1년 8개월을 머물렀다. 책 속에는 그 긴 시간 동안 이란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그들 곁으로 다가가며 차츰 이해하게 된 이란의 문화와 종교, 역사의 이야기들이 페르시아 카펫처럼 세심하게 직조되어 있다. 

 

그렇다. 이란의 옛 이름은 바로 페르시아다. 최승아 씨는 책 속에서 내내 페르시아라는 이름을 지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크게 공감한다. “페르시아...”라고 발음했을 때 하늘을 나는 양탄자와 함께 우리 머릿속에 펼쳐지는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계들, 아름답고 거대한 궁전과 모스크들. 마법처럼 여겨지는 수천 년 제국의 풍부한 문물들... ‘이란’이란 국명은 비록 페르시아에 계속 거주해온 아리아인의 정통성을 잇는 표현이지만 광대한 역사성을 담기에는 아쉬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 그런데 사실, 그렇게 치면 우리나라의 국호인 대한민국도 고조선으로부터 내려오는 반만년의 역사성을 충분히 담고 있지 못하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점에서도 양국간 의외의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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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이 품고 있는 페르시아 문명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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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년 시절의 페르시아는 곧 마법의 왕국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마치 아득한 페르시아제국 시절부터 몽골의 지배를 받은 티무르 왕조와 이슬람을 국교로 내세우기 시작한 사파비 왕조를 거쳐, 20세기 초의 화려운 문화를 꽃피운 팔라비 왕조가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을 통해 무너지는 시기까지를 모두 살아낸 것처럼 여행지의 장소와 경험 속에 이란의 이야기들을 새겨놓고 있다. 한 권의 흥미로운 여행서이자 진중한 인문학서이다.

 

<오! 이런, 이란>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나는 여전히 이란이 위험한 나라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종교를 중심에 둔 정치는 불안정해보이고, 핍박 받는 쿠르드족의 비극을 외면하기는 힘들다. 히잡으로 대표되는 여성에 대한 차별적 억압에도 여전히 찬성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란 역시 보통의 사람들이 서로 웃고, 울며 살아가고 있는 나라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북한이 뿔 달린 도깨비들이 붉은 칠을 하고 사는 나라가 아니듯이, 이란에도 우리와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평화는 서로 불신의 장막을 걷고, 마주 서서 서로에게 말을 건넬 때 비로소 다가온다. 무기를 내려놓은 손을 맞잡을 때 단단해진다. 

 

이란 중부에 위치한 불의 도시 야즈드에서 나무 베틀 앞에 앉아 아름다운 천을 50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짜고 있다는 노인의 이야기가 잔영을 남긴다. 평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그런 이들의 묵묵함이다. 어리석은 위정자들이 모쪼록 사람다운 사람들의 평화를 깨뜨리지 않기만을 바란다. 위험한 악의 축은 ‘이란’이 아니라, 언제나 오직 인간의 어긋난 마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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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7. 10. 여행인문학도서관 길 위의 꿈 도서관지기 장명진.

 

Comments

한사람
이란, 아주 매우 친절한 현지인들, 여행 좋은 나라이네요....
길위의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