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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책

길 위의 책 #24 <죽은자의 집 청소> 글/김완

길위의꿈 0 280

죽은자의 집 청소


 보통 작가의 소개 글이나 이력을 보면 어디 학교를 나왔고 

전공은 무엇이고 그동안 출간한 책들의 이력이 나열돼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의 작가는 시(詩)를 전공했고 출판 관련 일을 했고, 

작가로 살기 위해 준비했다. 그러나 현재 직업은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것이다.


작가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무엇인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책을 한장 한장 읽어 가면서 엄숙하게, 정중하게 읽어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작가가 죽은 자를 대하는 태도가 글에 드러났기 때문인 것 같다. 

프롤로그부터 작가는 정중했다. 예를 갖췄다. 글을 읽는 나도 그렇게 만들었다.



    자, 이제 전등을 끄겠습니다.

                                     프롤로그 중  

상상 밖의 일이란 소설이나 영화처럼 일정한 의도에 따라 만들어진 허구 세계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아무런 의도 없이도 매우 구체적이고 엄연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침묵은 때때로 상대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를 줄이거나 보탬 없이 그대로 전하는 힘이 있다. P 35                        

가난한 자의 죽음

가난한 자에게도 넉넉하다 뿐인가, 남아 넘쳐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우편물이다.

체납고지서와 독촉장, 가스와 수도와 전기를 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미납요금 경고장,

경고한 대로 이제 공급을 중단했다는 최후 통첩장이 우편함에 빽빽하게 꽂혀 있다.

중략

이 죽음을 순수한 자살로 받아들여야 할까?

목숨을 끊은 것은 분명 자신이겠지만, 이 도시에서 전기를 끊는 행위는 결국 죽어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권유 타살을 아닐까?    P46

죽음, 그것도 스스로 선택한 죽음.

외로워서, 힘들어서, 병이 나서든 혼자서 힘들게 감당해야만 하는 죽음.

                                                              선택했지만 선택하지 않은, 강요당한  죽음.                                                           

죽음을 슬프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죽음은 평안일 수도 있지만,

가난한 자의 죽음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식당의 혼란스러운 와중에서도 종업원의 얼굴이 평온했듯이, 그녀의 평범한 움직임이 특별해 보이듯이

모든 사람이 특별하고, 모든 사람이 평범하고,

모든 일이 고귀하고 모든 일이 평범하다.


우리 모두는 특별하다. 그리고 평범하다.

 

사랑하는 영민 씨에게


이곳을 치우며 우연히 알게 된 당신의 이름과 출신 학교, 직장, 생년윌일이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그것은 당신에 대한 어떤 진실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치우면서 한 가지 뚜렷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이곳에 남은 자들의 마음입니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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