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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영화

길 위의 영화 #3 - 새 구두를 사야 해 /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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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올 계절의 빛 속으로, 새 구두를 신고

 

"새 구두를 사야겠군."

 

내 낡은 구두를 볼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다. 구두가 낡게 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저 오래 신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구입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도 자주 신어서 빠르게 낡을 수도 있다. 혹은 계단 턱에 걸려 넘어져버렸거나, 홧김에 하루 종일 거리의 음료캔을 차고 다녔을 수도 있다. 어쩌면 구두 신고 등산하기 동아리의 회원이 되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들 자신처럼 구두도 삶 속에서 여러가지 일을 겪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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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미호가 연기한 ‘아오이’가 새 구두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우연히도 파리에 온 여행자의 여권에 미끄러져 구두굽이 부러져버렸기 때문이다. 같은 고국을 지닌 여행자 센(무카이 오사무 연기)의 직업은 사진 촬영기사지만, 그는 또한 놀랍게도 구두굽 붙이기의 달인이었다. 어째서 휴대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순간접착제로 아오이의 구두를 수리해주지만 그것이 온전한 처방일리가 없다. 여행지에서 나누는 3일 간의 사랑처럼 말이다. 

 

연락이 없는 화가 연인을 만나고자 파리행을 감행한 여동생 스즈메에게 속아 세느 강변에 버려진 센은 파리의 무료 신문에 맛집 탐방 기사를 싣고 있는 편집자 아오이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동생 스즈메가 찬 바람에 나부끼는 사랑의 끝자락을 불안하게 붙잡으려 애쓰는 사이, 센에게는 샹제리제 거리를 비추는 싱그러운 햇살처럼 사랑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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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알기 어렵다. 어째서 굳이 당신과 내가 만났어야 했는지. 돌이켜보면 수상해지고 마는 것이 사랑이다. 아오이와 센이 파리에서 만나 함께 샹제리제 거리와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광장, 그리고 세느 강변을 걷게 되는 수상한 일처럼. 센은 마음을 품게 된 아오이의 집에서 이틀을 보내며 아오이의 삶에 조금 더 다가간다.

 

아오이의 집은 그 주인처럼 단아한 기품이 있으면서도 귀엽다. 쨍한 원색과 함께 고풍스러운 그릇과 가구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따뜻한 촛불과 푹신해 보이는 패브릭 쿠션들이 정감을 주지만 그 모든 것을 창백한 백색이 감싸고 있다. 마치 어느날 백지가 되어버린 아오이의 마음과 같이. 마지막 날 밤, 센은 아오이에게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말하고, 아오이 역시 진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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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벽에 걸린 아오이의 과거를 상징하는 그림들은 영화감독 이와이 순지가 즉석에서 그린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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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주요 공간인 아오이의 집 인테리어는 이와이 순지의 섭외로 캐나다의 미술감독 알렉산드라 로젝이 담당

 

우리들에게는 저마다 새 구두를 사야 할 이유가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기 때문이다. 6월, 우리들은 새 계절의 앞에 서있다. 어떤 사랑은 끝나고, 어떤 사랑은 시작될 것이다. 혹, 사랑이 끝나더라도 당신은 새 구두를 사야한다. 새 구두를 신고 힘차게 햇살이 쏟아진 거리를 걸어야 한다. 한적한 벤치에 앉아 공평한 봄이 우리에게도 왔음을 실감해야 한다. 새로운 사랑은, 바로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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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새 구두를 사야해>에 대해 “파리의 풍경은 구글맵이 더 낫고”라는 평을 남겼다. 어쩌면 파리를 물들이는 빛과 봄의 빗방울 같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것들은 구글맵에 없다. 

 

이 영화보다 더 나은 것은 당신이 직접 파리의 여행자가 되어 누군가와 3일간의 사랑에 빠져보는 것뿐이다. 바로, 새 구두를 신고서.

 

2018. 6월. 길 위의 꿈 도서관지기 장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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